야훼( YHWH)

천주교 2008. 10. 20. 20:20

[만물상] '야훼'
이선민 논설위원 smlee@chosun.com

모세가 이집트에서 고난을 겪던 이스라엘 민족을 이끌고 탈출하여 홍해를 건너고 광야를 방황한 뒤 시나이 산에서 하느님에게 계명과 율법을 받는 과정을 기록한 구약성서 '출애굽기' 3장 15절은 이렇게 씌어 있다. "하느님께서 다시 모세에게 말씀하셨다. '너는 이스라엘 백성에게 이렇게 일러라. 너희 선조들의 신, YHWH가 나를 너희에게 보냈다. … 이것이 영원히 나의 이름이 되리라. 대대로 이 이름을 불러 나를 기리게 되리라."

▶'거룩한 네 글자'라 불린 YHWH는 히브리어 구약성서에 많이 등장한다. 그러나 유대인은 성서를 읽다가 이 단어가 나오면 직접 발음하지 않고 '아도나이(Adonai·주님)'나 '엘로힘(Elohim·하느님)'이란 단어를 사용했다. 십계명 중 세 번째인 "하느님의 이름을 망령되이 부르지 말라"를 지키기 위해서였다. 이를 따라 그리스어 구약성서와 라틴어 구약성서도 YHWH를 각각 주님을 뜻하는 '퀴리오스(Kyrios)'와 '도미누스(Dominus)'로 번역했다. 영어 구약성서도 '로드(The Lord)'이다.

▶자음으로만 이루어진 YHWH를 어떻게 읽는지는 오랜 논란이었다. 7~10세기 히브리어 성서를 재정리한 마소라 학자들이 YHWH와 아도나이·엘로힘의 모음을 결합해서 'YeHoWaH(여호와)'라고 읽은 이래 여호와가 보편적인 발음이 됐다. 그러나 초기 기독교 학자 중에도 'YaHWeH(야훼)'로 읽어야 한다는 사람이 있었고, 19세기 이후 성서학자들은 야훼가 옳다고 봤다. 기독교 안에서도 가톨릭은 야훼, 개신교는 여호와를 사용해 왔다.

▶천주교가 미사나 성가·기도 등 공식 전례에서 '야훼' 대신 '주님' 또는 '하느님'을 사용하기로 했다. 교황청이 최근 하느님에 대한 공경의 뜻으로 그 이름을 직접 부르지 않기로 다시 지시한 데 따른 것이다. 유대교·기독교의 전통을 계승한다는 의미와 함께 한 단어를 여러 가지로 발음하는 것을 피하기 위한 뜻도 있다. 한국 천주교는 이미 2006년 성경을 다시 번역하면서 '야훼'를 '주님'으로 바꿨었다.

▶우리 개신교가 가장 많이 사용하는 한글개역판 성경은 '여호와'로 돼 있다. 영국의 킹제임스성경과 미국표준성경에 '여호와(Jehovah)'가 사용된 흐름을 이어받은 것이다. 하지만 최근 세계적 추세는 '주님'으로 바뀌고 있다. '야훼는 나의 목자(牧者)'란 성가(聖歌)가 '주님은 나의 목자'로 바뀔 날이 멀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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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동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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