엄마가 손 따주는 것도 불법?

헌법재판소 ‘의료법 위헌여부’ 공개변론
2009-11-13 오후 12:58:59 게재

“생명위한 선택권 침해 안돼” … “검증없는 돌팔이난립 위험”

체한 아이 손을 엄마가 따주는 것은 의료행위일까 아닐까.
‘의료인이 아니면 누구든지 의료행위를 할 수 없다’는 구 의료법 제27조 제1항에 대한 위헌심판 공개변론이 11일 헌법재판소에서 열렸다. 이번 공개변론은 의료인 면허 없이 의료용 뜸이나 자석으로 치료를 하다 의료법 위반으로 법정에 서게 된 이들이 제청신청을 하며 열리게 됐다.
‘뜸사랑’의 부산·경남지부 소속인 김 모씨는 1000여명의 환자에게 침과 뜸 시술을 해 무면허 의료행위를 했다는 이유로 재판을 받게 됐고 자기원을 운영하는 구 모씨도 보건범죄단속에관한특별조치법위반으로 1심에서 유죄 판결을 받고 이에 대한 헌법소원심판을 청구했다.
이번 위헌심판의 쟁점은 크게 세 가지로 비의료인의 무면허 의료행위 금지 조항이 △비의료인의 직업선택의 자유 또는 일반적 행동의 자유를 침해하는지 △비의료인에 의한 의료행위를 금지하는 것이 의료인에 의해 치료불가 판정을 받은 환자의 치료수단 선택에 있어서의 자기결정권을 침해하는지 △의료행의 개념이 죄형법정주의 명확성의 원칙에 반하는지 여부다.


대체의학 지지자들의 항변 대체의학금지 위헌소송에 대한 공개변론이 열린 12일 오후 서울 헌법재판소 앞에서 뜸사랑회 회원과 지지자들이 헌법재판소의 현명한 판결을 요구하고 있다. 사진 연합뉴스

◆병원에서 포기한 환자의 생명권은 = 청구인 측 황종국 변호사는 “의사 한의사가 못 고치는 환자는 어떻게 할 것이며 돈 없어서 병원에 못 가는 의료극빈자들은 어떻게 할 것이냐”고 물으며 “인간 사회가 의술을 제도화해 놓고 있지만 제도로 해결하지 못하는 부분에 대해서는 여유와 여백을 마련해야 한다”고 말했다. 또 “소위 고관대작 사회 저명인사들은 자신들이 필요할 때 재야의 명의들을 찾아가 치료를 받으면서 정작 일반 국민들은 대체의학 치료를 못 받게 하는 것은 비양심적”이라고 덧붙였다.
청구인 대리인으로 나온 박종태 변호사 역시 “살아남기 위한 인간의 마지막 노력을 봉쇄하고 있는 의료법은 의료법이 아니라 살인법”이라며 “병원, 한의원에서 더 이상 살아날 가망이 없다는 판정을 받은 사람이 제도권 밖의 치료사에게 접근할 기회조차 원천봉쇄하고 있어 기본권을 침해한다”고 주장했다.
김종대 재판관도 “국민이 자신의 병을 낫게 하기 위해 제도권 내의 수단만 사용해야 할 의무가 없는데 국가가 공익을 내세워서 국민의 선택권을 제한하는 것이 과연 옳은 것이냐”고 질문했다.
복지부 대리인 박혁 변호사는 “의료인이 치료한다고 해서 다 나을 수 있는 건 아니고 비의료인이 치료한다고 해서 다 잘못되는 것은 아니지만 국가의 입장에서 아무런 검증 절차 없이 방치할 수는 없다”고 대답했다.

◆치료인 직업선택의 자유 박탈 여부 = 청구인 대리인으로 나온 황종국 변호사는 “모든 무면허 의료행위를 치료결과에 상관없이 일률적 전면적으로 금지하는 것은 자아실현의 기회를 박탈한다는 점에서 치료자의 행복추구권을 침해한다”고 주장했다.
역시 청구인 대리인으로 나온 진선미 변호사도 “일반인들이 행해도 아무런 위해가 없는 치료방법을 시행하는 것을 일률적으로 금지하는 것은 치료자의 직업선택의 자유, 인격권, 행복추구권을 침해한다”고 덧붙였다.
이에 대해 보건복지가족부 대리인으로 나온 박혁 변호사는 “의학적 지식이 없는 자가 사람의 생명과 신체를 다루는 의료행위를 하게 되면 치명적 위해를 가할 가능성이 있다”며 “국가는 이를 미연에 방지하기 위해 면허제도를 두고 있는 것”이라고 반박했다.
이어 “아무런 검증 절차 없이 이를 수용하게 된다면 ‘돌팔이’들이 창궐할 수 있고 국민들도 피해를 볼 위험이 있기 때문에 국가는 공익을 위해 비의료인들의 직업선택의 자유를 제한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참고인으로 나온 조병희 서울대 교수는 “의료인의 반대가 항시 공익적 목적에서 나오는 것은 아니며 정부나 의료인들이 대체의학 부작용을 과장되게 강조하는 측면이 있다”며 “세계적으로 대중들이 자신의 건강을 관리하는 방편으로 대체의학이 허용되기 시작한 상황에서 우리나라에서는 이를 제도권의 잣대로 평가해 합리성이 부족해 보인다”고 밝혔다.

◆어디까지가 ‘의료행위’인가 = 청구인 측 대리인 박태원 변호사는 “어머니가 체한 아이의 손가락을 바늘로 따주는 것이나 얼굴에 녹두가루를 발라주는 것도 모두 무면허 의료행위에 해당돼 처벌받게 된다”며 “법조항에서 ‘의료행위’의 기준이 모호해 죄형법정주의에 반한다”고 주장했다.
박 변호사는 이어 “똑같은 안마행위에 대해서도 ‘의료행위인 안마’와 ‘의료행위가 아닌 안마’로 나뉜다”며 “이에 대한 구분은 법관의 자의적인 판단에 맡겨져 있다”고 비판했다.
이에 대해 복지부 대리인 박혁 변호사는 “처벌 법규가 광범위하다 하더라도 건전한 상식을 갖춘 사람이라면 충분히 구분할 수 있는 정도”라며 “죄형법정주의의 명확성 원칙에 어긋나지 않는다”고 반박했다.
송두환 재판관은 복지부 대리인에게 “제도권 밖에도 유능한 실력을 가진 치료자가 있을 수 있는데 이를 제도권 안으로 수용하는 것은 행정정책의 문제”라며 “복지부 내에서 이번일을 계기로 수용가능성에 대해 내부적인 검토를 하거나 계획이 있냐”고 묻기도 했다.
박소원 기자 hopepark@naeil.com

Posted by 동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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