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외 말 산업 규모와 유명 말 사업가

세계적으로 앞선 말 산업 국가는 미국과 유럽의 일부 국가, 신대륙 호주를 들 수 있다. 이 중 말 산업이 가장 발달한 나라는 카우보이의 나라 미국이다. 미국의 말 산업은 승마와 경마를 비롯해 농업용과 로데오, 폴로경기용, 경찰용, 비공식 마술대회 등 다양하다.

2005년 기준으로 미국에서 사육 중인 말은 920만 두에 이르며, 이 중 경마용이 가장 많고 마술쇼용과 레크리에이션용 등의 순이다. 말 산업에 참여하는 인구는 약 460만 명이며 이 중 200여만 명이 말을 소유한 것으로 조사된다.

말 산업의 경제기여도는 직접적인 효과가 388억 달러, 기여효과까지 감안하면 약 1015달러로 미국 국내총생산(GDP)의 약 0.81%를 차지한다. 경마의 종가인 영국은 경마, 승마와 더불어 말 생산, 트래킹, 사냥, 말 쇼 등의 산업이 있다.

2005년 기준으로 영국의 말 사육두수는 100만 두에 조금 못 미치며, 승마 인구가 약 240만 명이다. 경제적인 기여효과는 약 57억8000만 달러로 GDP의 약 0.26%를 차지한다.

호주는 말 사육두수가 120만 두에 달하는데 이 중 40만 두가 야생마다. 이밖에 경주마 최대 생산국답게 농업용 말과 함께 씨암말과 씨수말이 많다. 1999년 기준 말 산업의 경제기여효과는 63억 달러로, 당시 호주 GDP의 약 1.5%를 차지할 정도로 비중이 높다.

세계적 축제인 경마대회와 그 역사

적지 않은 경제적인 효과를 내고 있는 말 산업은 주로 경마와 승마를 중심으로 발달했다. 이 중 산업 기여도도 크고 대중적으로도 인기가 높은 것이 경마다. 경마는 레이스라는 스포츠와 베팅이라는 오락적 요소가 결합된 레포츠로 어느 정도 과학적으로 예측한 결과와 우연이라는 이변이 조화를 이룬 레저다.

해외에서는 경마를 왕들이 즐기는 운동이라는 의미로 ‘Sports of Kings’라고 부르기도 하고, 스포츠의 왕이라는 뜻으로 ‘King of Sports’라 부르기도 한다.

유럽에서는 한때 경마장이 사회적으로 유력한 인사들의 고급 사교장 역할을 해왔다. 그러나 지금은 많이 대중화돼 오래된 유명 경주가 열리는 날이면 나라 전체가 들썩이는 대규모 축제로 자리 잡았다.

세계 최대 경주마 생산국인 호주의 대표적인 경주인 멜버른컵이 그중 하나다. 1861년 첫 대회를 치른 멜버른컵은 제2차 세계대전 기간을 포함해 단 한해도 거른 적이 없다. 현재 호주 최대 축제인 동시에 대표적인 관광자원으로 자리 잡았다.

멜버른컵은 매년 11월 첫째 화요일에 멜버른 플레밍턴 경마장에서 열린다. 대회 당일에는 경마장에만 10만~15만 명의 관객이 몰려들고, 세계 30여 개국에 생중계돼 7억 명이 10분의 짜릿한 순간을 즐긴다.

경마의 종가라 불리는 영국에서는 매년 왕실 소유의 경마장에서 대규모 축제가 열리는데, 그중에서도 왕실 소유의 로열 에스코트 경마장에서 열리는 에스코트 레이스는 영국 왕실이 주최하는 경기로 경마가 열리는 나흘 동안 여왕과 왕실 가족이 마차로 장내를 행진하는 ‘팬서비스’를 해 더욱 유명해진 경주다.

두바이 월드컵 또한 미국의 브리더스컵데이와 켄터키더비, 호주의 멜버른컵 등과 더불어 세계에서 가장 유명한 경마대회 중 하나다. 1996년 아랍에미리트의 왕자이자 국방부 장관인 셰이크 모하메드가 창설했다. 짧은 역사에 비해 가장 유명한 경마대회로 손꼽히는 이유는 총상금이 600만 달러로 단일 경주로는 세계에서 상금이 가장 많기 때문이다.

세계 최대 말 산업 국가 미국에는 트리플 크라운(triple crown)이 있다. 트리플 크라운은 1930년 미국의 경주마인 갤런트 폭스(Gallant Fox)가 3대 경마 레이스인 켄터키더비, 벨몬트 스테이크스, 프리크니스 스테이크스 대회에서 우승하고, 갤런트 폭스의 새끼인 오하마가 1935년 다시 3대 경마 경주에서 우승하면서 유래된 말이다.

당시 한 스포츠 기자가 이를 트리플 크라운으로 소개했는데, 이 말이 화제가 되면서 미국에서 가장 권위 있는 3대 경마대회인 켄터키더비, 프리크니스, 벨몬트 경마대회에서 우승하는 것을 가리키는 말로 쓰이게 됐다.

경마가 엔터테인먼트적인 성격이 강하다면, 승마는 스포츠적인 면이 강하다. 승마는 말을 타고 장애물을 넘거나 규정된 종목 연기를 통해 점수를 겨루는 스포츠다. 고대 승마는 주로 문명의 발생지에서 발달했다.

기록을 보면 유럽에서 승마를 시작한 것은 그리스인이 최초이며, 기원전 680년 제25회 고대 올림픽에 등장한 4두 마차경주가 운동경기에 출현한 최초의 승마라 할 수 있다. 유럽에서 승마는 일부 귀족의 스포츠로 성행했지만, 차츰 단순한 근대 스포츠의 승마로 발전했고, 1912년 세계 승마계를 통합하는 단체로 국제마술연맹이 파리에서 창립됐다. 올림픽 종목으로는 제2회 파리 올림픽부터 정식종목으로 채택돼 현재에 이르고 있다.

승마는 개인이 하는 운동으로 기승자의 힘을 많이 필요로 하지 않기 때문에 남녀노소를 불문하고 쉽게 접할 수 있는 스포츠다. 개인의 체력에 맞게 적절한 조절이 가능해 심장병 등의 재활치료를 위한 운동으로도 적합하다. 이 같은 성격에 맞춰 최근에는 재활승마라고 해 상당한 치료효과를 거두기도 한다.

말 산업과 직간접으로 인연을 맺고 있는 유명인

해외에서 경마는 ‘Sports of Kings’ 혹은 ‘King of Sports’라 불렸다. 현재도 많은 저명인사들이 말 산업과 직간접적으로 연관돼 있다.

경마와 승마의 대중화도 말 산업이 일반에 많이 익숙해졌지만, 말 산업을 이끄는 계층은 여전히 부유층이 많다. 세계 유수의 명품 브랜드인 에르메스, 구찌, 페라가모, 버버리 등의 명품 기업들은 사실 마구(馬具)와 관련된 상품을 제작하고 판매하는 사업에서 출발했다.

명품 브랜드를 가진 기업들은 지금도 그 전통을 계승해 로고나 브랜드에 말 또는 마구와 관련된 상징을 사용하고 있다. 에르메스나 구찌는 말의 재갈을 형상화한 장식물을 구두나 벨트에 사용하고 있으며, 버버리는 로고 자체에 말을 포함하고 있다.

세계 유명인들 중에는 현재에도 경마나 승마뿐만 아니라 목장 운영 등을 통해 직간접적으로 말 산업에 참여하고 있다. 대표적으로 영국 여왕인 ‘엘리자베스 2세’는 말을 생산하는 목장을 보유하고 있으며, 자신의 말을 경주에 출전시키는 마주이기도 하다.

두바이의 왕족 그룹이자 에미레이트항공, 에미레이트그룹, 두바이 홀딩컴퍼니 등을 소유한 알 막툼 가문은 전 세계 유명 경주마를 싹쓸이하는 큰손으로 세계 곳곳에 종마목장을 보유하며 세계 경마계를 주름잡고 있다.

영국 로열 에스코트는 19세기 초만 해도 일반인은 관람조차 할 수 없던 경마대회였다. 미국과 유럽의 말 산업은 이처럼 경마를 중심으로 성장해왔다.

막툼 가문은 경마뿐 아니라 승마에도 영향력을 미치는데 아랍 말의 우수성을 알리고자 승마종목 중 하나인 ‘지구력 경기(Enduarance)’에 직접 선수로 출전하기도 한다. 또한 두바이 국왕인 셰이크 모하메드 알 막툼의 부인이자 요르단 공주인 하야 공주는 현재 세계승마협회(World Equestrian Federation) 회장이다.

유명인들 중에도 많은 마주들이 있다. 영화 와 <쉰들러 리스트> 등으로 유명한 스티븐 스필버그 감독은 한때 경주마의 마주였으며, 맨체스터 유나이티드 감독 알렉스 퍼거슨은 2002년 유럽 챔피언 3세마이자 현재 유명 씨수말로 활동하고 있는 록 오브 지브랄타(Rock of Gibralta)의 공동마주로 참여하기도 했다. 뮤지션으로는 롤링스톤즈의 기타리스트인 루니 우드가 아일랜드에 말 목장을 가지고 있으며 경주마의 마주로도 활동하고 있다.

이밖에도 많은 기업인들과 유명인들이 미국의 켄터키나 유럽의 유명 목장 경영에 직간접적으로 참여하고 있다. 이들의 투자 없이는 유명 목장들이 운영되기 어렵다는 소리도 나오고 있다.

국내에서도 삼성그룹이 승마장과 승마단을 운영하고 있으며, 유럽의 유명 승마대회의 메인 스폰서로 활동하고 있다. 한화그룹도 승마장을 직접 운영하고 그룹의 총수인 김승연 회장의 자제가 승마 국가대표로 아시안게임에서 금메달을 따기도 했다. 또한 현대그룹을 포함해 많은 기업인들과 가족들이 승마선수 또는 승마를 취미로 즐기고 있다.

글 신규섭·사진 및 자료 제공 한국마사회 wawoo@hankyung.com

Posted by 동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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