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성장 동력 말산업 .7] 미국 켄터키주

영국 엘리자베스 여왕이 관전하기 위해 찾는다는 미국 최고의 경마대회인 ‘켄터키 더비(Kentucky Derby)’의 무대로 유명한 켄터키주는 미국에서 가장 우수한 말을 생산하는 지역이다. 그 비결은 석회석 지반 덕분에 칼슘 성분이 많아 말 사료로 가장 적합한 목초인 블루그래스(Bluegrass) 덕분이다. 이 때문에 말산업은 켄터키주의 핵심적인 수입원이다. 미국 농업센서스에 따르면 2005년 켄터키주의 말산업은 10억달러의 현금수입을 올렸으며, 농업분야 총수입의 25%를 차지했다. 10만개 안팎의 직·간접적인 일자리도 창출했다. 이 때문에 켄터키주의 말산업은 연간 88억달러의 경제유발효과를 내고 있다. 이 가운데 ‘켄터키 말공원(Kentucky Horse Park)’은 연간 2억4천만달러, 켄터키 더비는 2억2천만달러의 경제유발효과를 각각 거두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칼슘성분 많은 사료덕 가장 우수한 말 생산

세계의 말 수도‘렉싱턴’관련기관 밀집

말공원·경마장·종마농장 등 관람객 흥미

경마장 건립 후 28년만에 흑자 ‘켄터키 더비’

종합적 계획·추진…2억2천만弗 경제유발 효과

◆‘켄터키 말공원’ 등으로 이름난 렉싱턴

렉싱턴에는 플로리다주 오칼라처럼 도시 전체가 말과 관련됐다는 느낌을 줄 정도로 말 관련시설이 산재해 있다. 렉싱턴공항에서부터 여행객은 말 조형물과 켄터키 말공원을 비롯한 말과 관련된 각종 시설을 알리는 홍보물을 접하게 된다. 이 공항의 이름은 블루글래스의 이름을 그대로 따서 ‘블루글래스 에어포트’다. 미국의 말과 관련한 대부분 기관은 이곳에 있다. 그래서 렉싱턴은 ‘세계의 말 수도(Horse Capital of the World)’란 애칭으로 불리기도 한다. 렉싱턴 외곽순환고속도로에는 켄터키 출신으로 주요 경마대회에서 21전20승의 기록을 남긴 ‘맨 오워’란 말의 이름을 붙여 놓았다. 렉싱턴에서 해야 할 10가지 일을 소개한 여행안내서도 1·2·3번째 모두 말과 관련된 일을 추천한다. 첫번째가 켄터키 말공원, 두번째가 키니랜드 경마장, 세번째가 말농장 투어다.

켄터키 말공원은 부지 417만6천500㎡(126만5천600평)에 자리잡고 있으며, 공원을 둘러싼 울타리의 길이만 5만4천m에 이른다. 두 개의 박물관과 역대 우승 경주마가 있는 명예의 전당, 말 사육장, 교육 테마파크, 말 스포츠센터, 승마코스, 말 캠핑장 등을 다양하게 갖추고 있다. 특히 세계 말박물관에는 사냥·교통·전쟁·스포츠 분야에서 활약한 말의 역사를 알 수 있는 모형 등 전시물을 비롯해 각종 경마대회 우승트로피와 말 관련 예술품 등이 전시돼 있다.

또 말 퍼레이드와 승마체험, 마차타기, 경기시범 등 각종 이벤트도 열려 관람객에게 흥미를 더해 주고 있다. 퍼레이드장에서는 아랍말·인디언말·유럽말의 시범이 시간대별로 이어진다. 계절마다 말과 관련된 쇼와 폴로경기 등이 열린다. 기념품가게에서는 말을 이미지로 한 모자·목걸이·귀고리·셔츠·컵 등 다양한 상품을 판매한다. 이와 함께 주민들이 결혼식장으로 이용하는 등 지역사회와 함께하는 공원으로 유명하며, 켄터키 말위원회와 경마협회 등 말산업과 관련된 기관도 이곳에 사무실을 두고 있다.

렉싱턴은 종마농장으로도 유명하다. 특히 두바이 지도자인 셰이크 모하메드가 1981년 설립한 ‘달리(Darley)’가 대표적인 종마농장이다. 북미·호주·유럽·일본에까지 세력을 뻗치고 있는 달리목장의 종마와 관련된 소식은 언제나 뉴스거리가 될 정도다. 이 곳에서 사육되는 서러브래드(Thoroughbred) 종마 60여마리는 두바이월드컵 경마대회에서 우승한 경주마를 비롯해 전세계적인 경마대회에서 입상한 종마다.

이 때문에 달리 목장의 종부료, 즉 교미비용도 만만찮다. 암말이 임신될 때 지불하는 방식을 택한 달리 목장의 종부료는 1만달러부터 7만5천달러에 이르기까지 다양하다. 현재 7만5천달러를 받는 ‘베르나르디니’는 3세마로 경마대회에 8번 출전해 6번 우승, 1번 준우승을 차지한 말이다. 이처럼 종부료가 비싸기 때문에 달리 목장에서는 한 시즌에 한 번 있는 암말의 발정기에 한 번의 교미로 임신이 성사될 수 있도록 전담 수의사를 배치하는 등 임신 성공률을 높이는데 신경을 쓴다.

◆루이빌 ‘켄터키 더비’, 28년 뒤에 흑자

켄터키 더비는 1875년 시작된 미국의 유서 깊은 경마대회다. 매년 5월 첫째 토요일, 렉싱턴에서 110㎞ 정도 떨어진 루이빌의 처칠다운스 경마장에서 열린다. 켄터키주의 목축업이 쇠퇴하자, 이를 보완하기 위해 경마를 도입한 것이라고 한다. 켄터키 더비는 이미 형성돼 있던 말산업을 기반으로 했기 때문에 주민들의 반발을 사지 않고 추진될 수 있었다. 켄터키 더비를 정점으로 하는 켄터키주의 말산업은 역사성과 주민들의 관심을 연계시킴으로써 성공을 거둔 것으로 평가되고 있다.

하지만 켄터키 더비가 흑자로 전환되기까지는 적지 않은 시간이 필요했다. 지금은 세계적인 경마대회로 자리매김돼 지역발전에 기여하고 있지만, 경마장을 건립한 지 28년이 지난 뒤에야 트랙 건설에 투자된 초기비용을 처음으로 회수했다고 한다. 이는 말산업 전반에 시사하는 바가 크다. 경마와 승마를 포함한 말산업 자체가 트랙 건설비와 말 구입비 등 기본적인 비용을 요구하기 때문에 장기적인 관점에서 종합적인 계획을 세우고 추진돼야 할 산업이란 사실을 알려준다.

켄터키주의 말산업 진흥정책이 이를 보여주고 있다. 켄터키 더비가 처음 열린 뒤 말과 관련된 각종 프로그램이 산·학·연·관의 연계로 추진된 덕분에 현재 말산업 클러스터 형태로 발전됐다. 이와 함께 다른 산업과의 연계도 시도했다. 켄터키 더비의 경우 1907년 켄터키주 박람회를 개최하면서 경마장에서 자동차경주가 열린 뒤 2년마다 자동차경주가 벌어지는 것도 다른 산업과의 연계를 통해 활용도를 높인 사례다.

켄터키주립대 트로에드슨 교수(수의학과)는 “명품 화장품을 생산하는 것으로 유명한 엘리자베스 아덴이 몇해전 숨지면서 켄터키주립대에 연구용 농장을 기증할 정도로 미국은 말산업을 육성하기 위한 사회적 분위기가 형성돼 있다”면서 “말산업을 시작하는 한국으로서는 한국에 적합한 말을 육종하는 것이 우선 필요하다”고 말했다. 그는 또 “중국이 말산업에 본격적으로 뛰어들었다. 집중적인 투자로 10년 이내에 말산업 선진국을 따라잡을 것으로 보인다”고 귀띔했다.

미국 켄터키주 렉싱턴에서 글·사진=김상진기자 sjkim@yeongnam.com

Posted by 동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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