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주마 재테크

낚시 2012. 6. 5. 12:42

돈 + 명예 + 네트워크 + 감동 = '경주마 재테크'

편집자주|은행예금, 주식, 펀드 등. 일반인들의 흔한 재테크 방법입니다. 하지만 세상에는 다양한 재테크가 존재합니다. 취미 생활이 재테크로 이어지는 경우도 있고, 특별한 모임을 통해 재테크를 고민하는 사람들도 있습니다. 특별한 사람들의 특별한 재테크 이야기. 재테크의 틈새(niche), 말 그대로 니치테크를 살펴봅니다.
대개 재테크라고 하면 즐거움보다는 머리부터 아파오는 사람이 많다. 푹 빠져들 수 있는 취미도 되고 손에 땀을 쥐는 승부도 벌일 수 있는 재테크가 있다면 어떨까. 사회 지도층 인사들과 네트워크도 쌓을 수 있다. 게다가 1년에 10억원대의 '대박'도 가능하다. 나아가 살아 있는 동물을 대상으로 하기에 교감과 감동까지 느낄 수 있다.

이쯤 되면 거의 완벽에 가깝다. 재테크계의 소위 '끝판왕'이라 할만하다. 주인공은 바로 '경주마 재테크'다.

물론 아직도 우리나라는 경마를 사행산업으로 취급하는 편견이 적잖다. 하지만 선진국으로 진입하면서 경마를 보는 사회적 시선도 바뀌고 있다. 경마는 단순히 베팅만 하는 게임이 아니라 경주마 생산, 유통에서 경마 서비스에 이르기까지 광범위한 파급력을 지닌 '산업'이기 때문이다. 여느 축산업보다 고부가가치이며 어떤 서비스업 못지않게 일자리를 창출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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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국내 최강마 '당대불패'(기수 조성곤)가 지난해 11월 열린 대통령배 대상경주에서 2연패에 성공하고 있는 모습.

경주마 재테크는 기본적으로 말을 산 뒤 대회에 출전시켜 상금을 버는 구조다. 외국의 경우 말의 주인, 즉 마주는 성공을 상징하는 대단한 지위다. 윈스턴 처칠 전 영국 총리가 했던 "총리가 되기보다 더비(3세마가 출전하는 최고권위 대회) 출전마의 마주이고 싶다"는 유명한 말이 단적으로 이를 보여준다.

실제 엘리자베스 2세 영국여왕을 비롯해 맨유의 알렉스 퍼거슨 감독, 할리우드의 스티븐 스필버그 감독 등 유명인 중에 마주는 셀 수 없이 많다.

우리나라에는 지난 1993년 개인마주제가 도입됐다. 그전에는 마사회가 말을 일괄 소유해 마주라는 개념이 없었다. 현재 서울, 부산경남, 제주 등 3개 경마공원에서 모두 1000여명의 마주가 등록해 활동 중이다. 서울경마공원의 경우 40% 가량이 재계인사다. 이수빈 삼성생명 회장, 이웅렬 코오롱 회장 등이 마주다. 문화 예술계 인사도 많다. 탤런트 김지미, 강부자, 길용우씨도 마주다.

말을 소유하는 방법은 크게 세 가지다. 생산자협회가 주관하는 경주마 경매에 참여하거나 목장에서 개별 거래할 수 있다. 아니면 생산자 겸 마주가 직접 길러내는 방법이다.

가격은 대략 3000만~4000만원선이다. 지난해 국산마 평균 거래가격이 3681만원이었다. 경마는 혈통의 스포츠라서 뛰어난 성적을 거뒀던 부모에게서 태어난 말은 값이 당연히 더 비싸다. 작년 부산경남경마공원에 입사한 말 중에는 경매낙찰가 1억3600만원짜리 말도 있다.

말을 사면 훈련은 조교사에게 맡긴다. 서울경마공원의 경우 54개의 마방에 각 1명씩 54명의 조교사가 있다. 조교사는 각각 54개 구단의 감독인 셈이다. 말은 마방에서 생활하며 지속적인 훈련을 받는다. 마주는 한 달에 말 한 마리당 들어가는 관리비용으로 100여만원 이상 지불한다.

통상 2세부터 경주에 나가며 대개는 8~10세쯤 은퇴한다. 전력을 다해 뛰는 만큼 한번 경주에 나가면 4~5주 정도는 지나야 다음 경기를 치를 수 있다. 부상이 없다면 1마리의 경주마는 보통 1년에 10번 안팎 출전한다.

상금은 대회의 급에 따라 달라진다. 1등부터 5등까지 상금을 받는데 1등 기준으로 1684만원부터 최대 수억원까지 대회 종류에 따라 나눠져 있다. 11월 실시되는 대통령배 경주의 경우 우승 상금만 무려 3억7800만원이다.

상금의 78.06%를 마주가 가져간다. 나머지는 조교사(9.01%)와 마필관리사(7.15%), 기수(5.78%)가 각각 나눈다.

자신의 말을 명마로 길러내면 대박이 터진다. 대통령배를 2연패하며 현재 국내 최고 경주마로 군림하고 있는 '당대불패'(마주 정영식)는 혼자서 2년 반 남짓 동안 16억9000여만원을 벌었다. 7년전 은퇴한 한국 대표 명마 '새강자'(마주 장석린,신치구)는 달랑 1500만원에 주인을 만나 몸값의 100배에 해당하는 총 15억원의 상금을 안겼다.

많이 버는 마주는 1년에 최고 10억원대의 상금을 타간다. 누적으로는 지난해 7월 기준 남승현 마주(남촌CC 대표)가 약 60억원으로 1위를 차지했다.

그렇다고 모두가 짭짤한 수익을 올리는 건 아니다. 매년 마주의 절반은 자기 말이 우승하는 것을 단 한 번도 못보고 해를 넘긴다. 매달 들어가는 관리비용을 감안하면 적자를 보는 마주도 해마다 50~60%에 달한다.

이쯤 되면 재테크로서는 고위험 투자다. 그러나 정작 마주들은 애착과 자긍심이 대단하다. 단순한 수익률로 계산할 수 없는 갖가지 이익이 많은 게 경주마 재테크란 얘기다.

경주마 재테크의 진짜 매력은 뭘까. 최근 마주 명단에 이름을 올린 송도순씨(63)에게 들어봤다. 송씨는 애니메이션 '톰과 제리'의 목소리 연기로 유명한 국내 최고 성우다.

송씨는 "너무 재미있다"며 명쾌한 한마디로 정리했다. 한 생명에 투자해 얻는 즐거움이 이렇게 클 줄 몰랐다는 설명이다. 송씨는 "돈을 버는 건 보너스"라며 "처음부터 보너스를 바라지 않는다면 재미와 재테크를 동시에 즐길 수 있다"고 말했다.

그녀는 2009년 마주가 된 바로 이듬해 대상경주(우승마 '탐라환희') 우승이라는 행운도 잡았다.

송씨는 "손해 안보는 비결은 철저한 사전조사"라며 "여러 전문가들의 조언을 경청하고 직접 눈으로 보며 잘 살피면 좋은 말을 고를 수 있다"고 조언했다. 송씨의 식견을 뒷받침하는 건 다름 아닌 아들이다. 미국에서 스포츠마케팅을 전공하며 경마산업에 심취해 어머니를 마주의 길로 이끈 것도 아들이다.

"애들 시험 보러 가면 엄마가 기도하듯이 내 말이 경주에 나서기 전에 꼭 눈을 마주보고 기운을 준다"는 송씨는 또 다른 아들인 경주마를 키우는 재미에 흠뻑 빠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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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지난 2009년 10월 백광(사진 왼쪽, 기수 박태종)이 재기에 성공하며 우승하는 모습. 마주 이수홍씨(사진 오른쪽)가 백광을 어루만지고 있다.

살아있는 동물과 교감하다보니 생각지 못한 감동도 안겨준다. 이수홍 마주는 부상당한 명마 '백광'을 무척 아꼈다. 인대부상을 치료하기 위해 줄기세포 치료까지 감행했고 백광은 다친 지 30개월 만인 지난 2009년10월 재기에 성공해 우승을 차지했다. 이수홍 마주는 같은 해 받은 상금의 절반, 4000만원을 장애우를 위한 성금으로 내놨다.

철강업체를 운영하는 이성희 마주는 지난 2004년 선천적 절름발이였던 '루나'를 970만원에 샀다. 대한민국 경주마 경매사상 최저가였다. 그리곤 사랑을 쏟았다. 누구보다 아꼈고 뜨거운 애정을 부었다. 루나는 보답했다. 2009년 은퇴할 때까지 13번이나 우승했고 총 상금 7억2000만원을 주인에게 안겼다. 이성희 마주는 루나의 은퇴식에서 "사업이 어려울 때 장애를 딛고 달리는 루나를 보며 희망을 얻었다"며 "루나는 내 인생의 스승"이라고 말했다. 루나와 이성희 마주의 이야기는 영화 '챔프'로도 만들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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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성희 마주가 지난 2009년 열린 '루나'의 은퇴식에서 루나를 어루만지고 있다.

경주마 재테크는 조직의 일원으로 팍팍한 일상을 살아야 하는 월급쟁이에게도 비교할 수 없는 환희를 준다. 국내 한 대기업 연구소에서 일하는 최현우 마주는 "이것처럼 괜찮은 게 없다"며 "평생 즐길 수 있는 취미이자 최고의 재테크"라고 말했다.

최 마주는 승마를 배우다 말의 매력에 이끌려 미국산 말을 2240만원에 샀다. 불과 2년 만에 이 말은 3번 우승을 했고 상금으로만 말 값의 2배 이상을 벌었다.

최 마주는 "말을 좋아한다면 재테크의 관점에서도 손해 보지는 않는다"며 "아는 만큼 애들을 공부시킬 수 있는 것과 같은 원리"라고 말했다.

최 마주의 말 '필두'는 지난해와 올해 부상을 입어 반년 이상 경주를 못 나갔다. 관리비용을 고려할 때 산술적으로만 따지자면 큰 이윤을 못 냈다는 뜻이다. 그래도 최 마주의 뜻은 단호하다. "경마를 즐기는 비용을 생각하면 충분히 값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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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송도순 마주(왼쪽)와 최현우 마주.

서울마주협회 관계자는 "경마는 새로운 관계를 여는 열쇠"라며 "동물과 교감을 통한 감동, 사회공헌활동의 강화 측면에서 다른 어떤 재테크와 비교할 수 없다"고 말했다. 최 마주도 장애 아동을 위한 재활승마 봉사활동에 탤런트 길용우 마주와 함께 하고 있다. 국내 최강마 '당대불패'의 정영식 마주는 지난해 말 대통령배 우승 상금 중 1억원을 장애인 국가대표 선수를 위해 쾌척했다.

아울러 비즈니스 측면에서도 경마는 훌륭한 가교역할을 한다. 예컨대 어떤 마주가 접대를 하고 싶은 사람이 있으면 그 가족을 모두 경마공원의 마주실로 초청해 함께 말을 보고 경마를 즐기는 것이다. 그 효과는 200%라는 평가다. 기업을 경영하는 A마주는 "골프나 술을 싫어하는 사람은 봤어도 가족들과 같이 경마를 즐기는 걸 싫어하는 사람은 단 한명도 보지 못했다"고 말했다.

이렇게 장점이 많은 마주지만 쉽게 될 수는 없다. 자격 조건이 까다롭다. 개인마주는 최근 2년 평균 소득금액이 1억원 이상, 재산세 150만원 이상이여야 한다. 법인은 최근 2개 사업연도 평균 법인세 납부액 1억원 이상, 조합은 조합재산 7000만원 이상이다.

개인마주 조건이 안된다면 법인이나 조합을 통해서 말을 가질 수도 있다. 나아가 당장 마주가 될 수 없더라도 즐거운 인생 목표 중에 하나로 마주를 설정해볼 수도 있을 것이다. 최고의 재테크, 여유 있고 고급스런 재테크의 '끝판왕'이 아닌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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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동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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