꼭 알려주고픈 민간요법..마스크 쓰고 자면 감기예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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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에서 홀대받던 침구사가 호주로 이민을 떠나 서양인들에게 우리 침술을 전하고 뉴질랜드에 사는 그 딸이 가업을 잇고 있다. 화제의 주인공은 이순용(77) 옹과 딸 소냐(40) 씨.

뉴질랜드 동포 매체인 뉴질랜드 코리아 포스트(www.koreapost.co.nz)는 9일 이들 부녀의 이야기를 상세히 소개하면서 연합뉴스 한민족센터 (www.koreancenter.or.kr)에 글을 보내왔다.

이 씨는 뉴질랜드 코리아 포스트 이강진 기자와의 인터뷰에서 침구학에 열정을 갖게 된 계기가 무엇이냐는 질문에 "한국에서 유도 7단 공인이었는데 유도술을 동기로 침구학에 큰 관심을 갖게 됐다"면서 "그러나 1970년대 침구학이 한국에서는 환영받지 못하는 의학으로 인식되자 이에 크게 낙담하고 1979년 가족과 함께 호주로 이민을 떠났다"고 대답했다.

"호주에서 침대 6개만 놓고 침술원을 개업해 전체 환자의 90%를 차지하는 외국인 손님들을 대상으로 침을 놓았죠. 입 소문이 얼마나 빠르던지 호주 유명 사업가들에서부터 고관들까지 소개를 받아 침을 맞으러 오는 환자들이 크게 늘어났어요. 어느 때는 예약환자들이 넘쳐서 못 받을 때도 있을 정도였어요."

이 선생을 보기 위해 해외에서도 예약 방문하는 환자들이 많았고 반대로 몸이 불편한 '고관'들이 해외에 나갈 때는 이 옹에게 함께 출장을 가자고 요청하는 일도 빈번했단다.

이 옹은 넘쳐나는 환자들을 보는 것이 즐거웠다고 말했다.

"나는 환자를 돌보는 게 얼마나 좋은지 몰라요. 나는 침술에 미쳐서 하루라도 환자를 안 보면 견디지 못하는데 요즘 젊은 사람들이 이런 데 미치려고 하나요?"

이 옹은 몇 년 전부터 호주에서는 침구학을 배우기 위한 대학생들에게 가르침을 주고 있지만 침술원 운영은 하지 않는다.

대신 그는 가끔 뉴질랜드를 방문해 이 곳에서 침술원을 운영하는 딸 소냐를 도와 환자를 본다.

이 옹은 당초 둘째 아들이자 소냐 원장의 오빠에게 가업을 잇게 하기 위해 침술학과에 보냈지만 환자에 대한 두려움이 있었는지 아들은 침술학 공부를 중도에 그만뒀다.

자칫 가업이 끊길뻔했는데 하늘의 뜻이었는지 당시 물리학과를 다니고 있었던 딸 소냐가 아버지의 침술을 전수받기 위해 아버지 몰래 침술학과로 전과했다. 이 옹이 이 사실을 안 것은 딸이 침술학과 마지막 학년을 다닐 때였다.

"어렸을 때부터 아버지를 붙들고 줄을 서서 침 놓아 달라며 하소연하는 사람들을 많이 봐 왔어요. 심지어 아버지께서 친척집을 방문해도 아버지가 온다는 소문을 듣고는 동네 사람들이 목이 빠지게 기다리고 있을 정도였지요. 사람들은 아버지에게 성의를 표하기 위해 잡곡, 김치, 계란 등을 가져다 주었고 우리 집에 김치가 바닥나는 일은 거의 없었어요."

소냐는 환자들이 아버지의 손을 거쳐 가면 회복되는 모습을 보면서 아버지의 신기에 가까운 침술을 물려받아야 겠다는 생각이 간절했단다. 그는 호주 대학교에서 침술학과를 졸업한 후 뉴질랜드에서 침술원을 개업했고 힘들 때면 호주에 사는 어버지께 긴급 지원을 요청한다.

"보통 일 년에 한두 번씩 부모님을 초청하는데 부모님이 오시면 얼마나 큰 도움이 되는지 몰라요. 아버지가 뉴질랜드에 오기만을 손꼽아 기다리는 교민들도 많고 아버지의 침술을 통해 많은 것을 배우기 때문이에요. 어머니는 손녀들을 돌봐 주시고 집안 일을 도와주세요."

소냐 원장은 "나를 믿고 건강을 맡기는 환자들에게 너무 감사하고 점차 회복하는 모습을 보여줘 기쁩니다. 비록 내 몸이 힘들지만 여러 환자들이 건강해지는 모습에 일을 하면서 가장 큰 보람을 느끼고 있습니다. 아버지가 와 계시는 동안에는 아버지의 침술을 전수받기 위해 노력하고 있고 아버지의 훌륭한 기술과 나만의 노하우를 잘 혼합해 환자들을 치료하려 합니다."

소냐 원장은 자신이 아버지의 뜻을 이어받았듯이 자신의 어린 두 딸이 가업을 이어주었으면 하는 바람을 갖고 있다.

"우리 딸들은 어렸을 때부터 침도 자주 맞아 봤고 할아버지와 저를 대상으로 간단한 침도 놓아 주곤 해요. 제가 아프다고 하면 '엄마 내가 침 놔줄까?'하고 달려오는 딸을 보면 기특하기도 하고 나중에 아버지와 저의 뒤를 이을 수 있을까 하는 기대를 해 보기도 합니다."

소냐 원장은 뉴질랜드 코리아 포스트와의 인터뷰에서 각박한 이민사회에서 정착하기 위해 바쁘게 생활하고 있는 이민 1세대들에게 병을 키우지 말고 징후가 발견됐을 때 바로 잡아 줄 것과 섭생에 주의하고 긍정적인 마음을 가질 것을 당부했다.

이 옹은 "교민들에게 꼭 소개해 주고 싶은 민간요법이 있다"며 잘 때 마스크를 쓰고 자면 기관지에 찬 바람이 들어가는 것을 최소화시켜 감기 예방에 큰 도움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이 옹은 막내 딸을 두고 호주로 가는 발걸음이 차마 떨어지지 않지만 잘 견뎌 낼 수 있을 거라고 믿고 서로 멀지 않은 나라에 살고 있으니 손녀들과 딸이 보고 싶을 때는 자주 왕래할 계획이라며 뉴질랜드 코리아 포스트와의 인터뷰를 마무리했다. (연합뉴스)

Posted by 동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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