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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월 27일 지난 밤 오랜만에 인터넷이 되니 두루 메일도 체크하고 블로그도 보고 취재일기와 동영상도 편집하느라 새벽 3시가 넘어서 잤다. 좀 심했다. 역시 낮에 취재하고 밤 시간에 작업까지 하는 것은 쉽지 않아 보인다. 그렇지만 애초의 계획을 포기할 수 없다. 알람소리를 좀 늦춰 9시 30분에 일어났다. 씻고 체크아웃하니 10시. 택시를 타고 다시 버스를 타러 갔다. 11시 20분에 출발하는 타이안(泰安) 행 버스다. 지난(济南)에서 가까운 거리이고 태산을 올라 정상에서 하루를 묵을 예정이니 적당한 시간인 듯하다.
호객꾼들이 계속 붙어 다닌다. 특히 택시들이 난리다. 태산 입구까지 10위엔이라는데, 시간 여유도 있고 짐도 가벼워 1위엔 동전 하나 넣고 버스를 탔다. 기차 역 바로 앞에서 3번 버스가 자주 있으니 편하다. 20분여 만에 태산 입구 티엔와이춘(天外村)에 도착했다. 태산 등정은 티엔와이춘에서 쭝티엔먼(中天门) 사이와 쭝티엔먼과 난티엔먼(南天门) 사이를 오르는 시간이 대체로 비슷하다. 각각 2시간 30분에서 3시간이 걸린다. 티엔와이춘과 쭝티엔먼 사이는 버스가 오르락내리락하며 쭝티엔먼과 난티엔먼 사이에는 쑤어다오(索道)가 사람들을 올리고 내리고 한다. 그래서 꼭 등산을 하지 않고도 가볍게 태산 정상에 오를 수 있기는 하다.
태산 초입 부근에는 사원과 사당, 비석, 기념비 등이 있어 구경거리가 많다. 모두 다 보려면 등산을 포기하는 게 낫다. 몇 군데 들러 눈요기를 했지만 태산을 오르는 일에 신경이 쓰여 스쳐 지나는 게 많다. 싼관먀오(三官庙) 앞에 이르니 가파른 계단이 보였다. 드디어 태산의 지옥 같은 계단과 만나는구나 걱정했는데 좀 지나니 다시 완만한 길이 나온다. 찡스위(经石峪) 부근에서 좀 쉬었다. 좀 쉬어가야 할 터. 6위엔하는 컵라면 하나 끓여먹고 6위엔으로 황과(黄瓜, 오이) 두 개와 3위엔으로 물 한 병 샀다. 결국 오이는 먹지 못했는데 괜히 샀다 싶다. 계속 기념품 가게와 길거리 음식점들이 줄지어 있다. 이제 한눈 팔지 말고 산 오르는 일에만 집중해야 한다. 호흡이 거칠어진다. 라면 먹은 곳에서 물어보니 1시간 정도면 쭝티엔먼에 오를 수 있다고 한다. 3시가 조금 안된 시간이니 4시에 도착하는 것을 목표로 잡았다. 서서히 계단이 나온다. 정말 산을 오르면서 계단을 타는 것이야말로 지옥이다. 고생해 계단을 쌓은 사람에게는 미안한 이야기이긴 하지만 말이다. 그래도 계단이 있어서 많은 사람들이 태산을 오르려나. 등산에는 쉬어가는 전략이 필요한데 이번에는 취재가 목적이어서 사진 찍고 촬영하는 시간이 곧 쉬는 시간이었다. 물론 나중에는 카메라와 캠코더 모두 가방에 다 넣고 묵묵히 올라갔지만 말이다. 너무 자주 쉬니 태산 전체를 찍고 담겠다 싶었다. 정말 진땀 나게 힘든 산행이다. 20년 전 지리산 노고단 산행도 거뜬히 날아갔는데 이젠 그때가 아닌가 보네. 중국 취재 오기 전에 산행으로 체력 비축을 좀 해둘 계획이었는데 하지 못한 게 조금 후회된다. 건륭 황제와 공자도 밟은 정상 태산을 내려오는 사람들이 꽤 많다. 수학여행이랄까 온 학생들이 대부분인데 역시 젊은지 시끄럽게 떠들면서 잘도 내려온다. 산을 오르는 사람들도 적지 않다. 대학생들로 보이는 사람들이 많다. 그리고 산 아래에서 정상 쪽으로 짐을 실어 나르는 짐꾼들이 무거운 짐을 지고 오른다. 정말 대단한 체력이다. 저 일로 생계를 유지하니 고역이다 싶다.
쭝티엔먼에도 여관과 식당이 있긴 하지만 훨씬 넓은 난티엔먼에는 정말 많다. 난티엔먼은 모두 일출과 관련된 것이다. 이곳 정상 부근에서 자야 해를 볼 수 있기 때문이다. 한 중국친구는 야간산행을 해서 일출을 보고 내려왔다고 한 적이 있다. 아마도 가난한 학생들이 비용문제로 선택한 방법이겠지만 진정한 산행이라는 생각이 든다.
사원을 돌아보면서 '아 여기가 바로 태산의 최정상'이라는 감회가 많지 않은 것은 아마도 여느 산과 다른 곳에 정상 표시가 있어서 인 듯하다. 많은 사람들이 향을 피우고 열쇠를 잠그고 예를 갖춘다. 아, 나도 정상에 올랐다는 티를 좀 내야 하는 게 아닌가. 불교신자도 아니고 기원할 마음도 없으니 옆에 살짝 비켜서서 캠코더 앞에 서는 것으로 대신했다.
다시 난티엔먼 부근으로 내려오니 식당도 많고 방도 많다. 독방 달라니 침대가 3개 있는 방을 내준다. 80위엔을 줬다. 바로 옆 식당에서 추위를 녹이며 음식을 시켰다. 내일 새벽에 일어나야 하니 빨리 자는 게 상책이다 싶어 얼궈터우(二锅头) 한 병을 같이 주문했다. 한참 먹는데 옆자리 일행이 말을 건다. 자기네들도 혼자 왔다가 둘이 산행친구가 됐는데 혼자 식사하는 게 고독해 보인다 하면서. 동북에서 온 직장인과 산둥 동북쪽에 있는 작은 도시 똥잉(东营)에서 국제무역을 전공하는 학생이 어울렸던 것이다. 나까지 셋이서 술을 꽤 마셨다. 학생 친구는 술을 못하니 둘의 술 동무가 되면서 연신 나에게 술을 따라 준다. 태산 정상 부근에서 외로운 셋이서 즐겁게 많은 대화를 해서 너무 기분이 좋았다. 그래서 술값과 밥값을 다 지불했다. 내일 새벽 일출을 같이 보자고 약속하고 헤어졌다. 그러고는 쌀쌀한 방에 들어가 이불 3개를 모두 모아 덮고 잤다. 새벽 4시에 방문을 두드리기 시작한다. 일출 보러 가야지 하면서. 재빨리 이만 닦고 짐을 챙겨 나왔다. 컵라면 하나 끓여 달래서 먹고 가려는데 사람들 모두 이상하게 생긴 군용 옷들을 입고 있는 게 아닌가. 주인에게 물으니 정상이 매우 추울 것이라 한다. 너 이대로 가면 죽는다 그런다. 10위엔으로 빌려서 입고 긴 사람들 행렬을 따라 올랐다. 줄잡아 만 명은 넘을 듯한 일출 보러 온 사람들
쭝티엔먼에서 헤어졌다. 나는 버스를 타고 가겠다고 했다. 그들은 선물가게에 들러 뭔가 사겠다고 했다. 아쉬운 건 버스를 타고 나서 그들과 사진이라도 찍을 걸 하는 후회가 들었다. 버스에서 내려 택시를 타고 타이안 역에 도착해 짐을 찾았다. 그리고 역 앞에서 취푸(曲阜)로 가는 버스를 탔다. 이제 공자를 만나러 가는 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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