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감장으로 번진 ‘오가피 전쟁’
이원형 의원 “특정 제품에서 유독 물질 검출” 주장…식약청은 “10월 말까지 조사”
[728호] 2003년 09월 30일 (화) 나권일 nafree@sisapress.com
건강 식품인 오가피(五加皮) 업계의 경쟁이 치열한 나머지 그 불똥이 국회 국정감사장에까지 튀었다. 지난 9월23일 국회 보건복지위원회의 식품의약품안전청(청장 심창구)에 대한 국감에서 한나라당 이원형 의원은 “특정 오가피 제품에서 유독 물질인 ‘향가피’ 성분이 검출되었다는 제보를 받았다”라며, 시중에서 유통되고 있는 오가피 제품의 안전성에 문제가 있다고 지적했다. 향가피(香加皮)는 독성이 있어서 식품 사용이 금지되어 있는 약재이다. 이의원은 또 “식약청의 한약재 관리 체제가 미흡하기 때문에 국민들이 안정성이 검증되지 않은 유해 생약재에 무방비 상태로 노출되어 있다”라며, 식약청이 조속히 한약재 관련 규정을 마련하라고 촉구했다.

국감장에서까지 논란거리가 된 건강 식품 오가피는 업계간 경쟁이 치열하다. 특히 한국 토종을 자처하는 ‘(주)수신오가피’와 ‘(주)고려한백식품’은 법정 소송까지 벌였다. 국내 최대 규모로 오가피를 재배하고 있는 (주)수신오가피 성광수 대표는 “관절염에 특효가 있다는 한백오가피 제품에서 오가피의 주요 성분이라고 할 수 있는 ‘아칸토사이드 D’(Acanthoside D)성분은 검출되지 않았고, 도리어 독성 물질인 향가피 성분이 183∼221ppm이나 검출되었다”라고 주장했다. 성씨는 “한 달에 2백50억원, 1년이면 3천억원어치나 판매하는 (주)고려한백식품의 ‘오가피Q’ 제품에서 향가피 성분이 검출된 것은 소비자를 속이는 짓이다. 수입한 북한산 향가피를 국내산 오가피라고 속여 파는 것은 독성 물질인 ‘부자’를 넣은 식품을 판매하는 것이나 마찬가지다”라고 비난했다. 성씨는 최근 7월30일 구매한 (주)고려한백식품의 오가피에서도 향가피 성분이 검출되었다고 주장했다.

두 업체 “향가피 들어 있다” “아니다” 공방

(주)수신오가피의 이같은 주장에 대해 (주)고려한백식품측은 자사 제품에서 향가피 성분이 검출되었다는 사실 자체를 부인하고 있다. (주)고려한백식품이 제조한 오가피 제품을 판매하는 다단계 업체 (주)고려한백인터내셔널(대표이사 백홍기)의 기획홍보팀 관계자는 “향가피가 검출됐다는 주장은 처음 듣는 얘기다”라며 성씨의 주장을 묵살했다.
현재 오가피 업계에서는 두 업체의 주장이 팽팽하게 맞서 있지만, (주)수신오가피측의 주장에 무게를 두는 쪽이 더 많다. (주)수신오가피측이 토종 오가피 보급에 노력해 왔고, 이익보다는 보급에 더 우선 순위를 두어 왔기 때문이다.

하지만 오가피 업계의 뜨거운 현안이 되어버린 향가피 문제의 진실을 규명하기는 쉽지 않아 보인다. 식약청이 향가피 문제에 소극적이기 때문이다. (주)수신오가피측이 지난 4월 (주)고려한백식품에서 향가피가 검출되었다고 식약청에 민원을 냈지만 단속이나 처벌이 이루어지지는 않았다. 식약청의 건강 식품 단속이 늦는 데는 건강 식품 관련 업무가 각 부서로 제각기 나뉘어 있는 데 원인이 있다. 오가피 제품 판매 허가는 식약청 기능식품과가 담당하지만 유통되는 제품에서 발생한 문제는 식품관리과가 단속한다. 또 제품 성분을 분석하거나 조사하는 일은 평가 부서인 식품규격과가 맡고 있다.

독성 물질인 향가피 문제와 관련해 식약청은 한나라당 이원형 의원에게 “10월 말까지 최종 판정을 한 뒤 향가피가 검출되었다는 결과가 나오면 행정 처분을 하겠다”라고 답변했다. 식약청이 ‘오래된 민원’인 향가피 문제를 어떻게 결론짓느냐에 따라 말많고 탈많은 오가피 업계의 판도가 또 한번 요동할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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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동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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