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

한국증시 ‘서브프라임 테러’

동봉 2007. 8. 17. 07:39

  • 한국증시 ‘서브프라임 테러’
  • 125P 폭락 사상최대 낙폭
  • 이지훈 기자 jhl@chosun.com
    입력 : 2007.08.17 01:04 / 수정 : 2007.08.17 02:42
    • 미국발(發) 서브프라임 모기지(비우량 주택담보대출) 사태로 글로벌 증시가 동반 폭락하고, 환율이 출렁거리는 등 전 세계 금융시장이 충격에 빠졌다.

      16일 한국 코스피지수(옛 종합주가지수)는 하루 낙폭으로는 사상 최대인 125.91포인트(6.93%) 폭락했고, 코스닥 지수는 사상 네 번째인 10.15%의 하락률을 기록했다. 이날 코스닥시장에서는 주가 급락을 진정시키기 위해 사상 두 번째로 서킷 브레이커(일시 거래중단) 조치가 취해졌다.

    • ▲ 미국발(發) 서브프라임 모기지 쇼크로 16일 한국 증시가 사상 최대로 폭락하며 공황 상태에 빠졌다. 이날 폭락으로 증시 시가총액 72조8000억원이 증발했다. /채승우 기자 rainman@chosun.com

    • 아시아 증시도 대만 증시가 4.55% 폭락한 것을 비롯, 일본(-1.99%,) 싱가포르(-3.70%), 상하이(-2.14%)가 일제히 내려‘검은 목요일’을 연출했다. 전날 미국 뉴욕 증시는 1.29% 하락했다. 이날 서울 외환시장에서 달러 대비 원화 환율은 하루 사이 13.8원 급등(원화 가치 급락), 달러당 946.3원을 기록했다. 이는 지난해 10월 북핵 사태 때 기록한 14.8원 이후 가장 큰 폭의 상승이다.

      김석동 재정경제부 제1차관은“지금 세계 투자자들이 글로벌 전체에서 주식을 팔기 때문에 이번 주가 폭락이 한국 경제에 대한 평가와는 무관하다”고 말했다.

    • 8월16일 또 한번 주가가 폭락했다. 여의도 한 증권사 객장의 표정. /채승우 기자 rainman@chosun.com
  • 세계 5년 호황 이끈 ‘돈 잔치’는 끝났다
  • '서브프라임' 후폭풍… 금융 긴축·금리 인상 쪽으로 글로벌 기조 급선회
    美 소비침체로 이어지면 세계경제 본격 둔화 우려
  • 이지훈 기자 jhl@chosun.com
    김홍수 기자 hongsu@chosun.com
    입력 : 2007.08.17 01:21
    • 5년간 계속된 세계 경제의 ‘유동성(키워드 참조) 잔치’가 드디어 막을 내리는가. 미국발(發) 서브프라임(키워드 참조) 쇼크가 전 세계에 일파만파로 번지면서 저금리와 과잉 유동성에 의존했던 세계 경제 5년 장기 호황의 뿌리가 흔들리고 있다.

      이번 쇼크로 신용과 부채·차입에 의존한 글로벌 경제의 취약성이 여실히 드러나면서 유동성 수축과 금리 상승 압력 등 지금까지와는 전혀 반대의 양상이 전개되고 있기 때문이다.

      2000년대 세계 경제는 미국이 드라이브를 건 ‘글로벌 저금리’ 덕을 톡톡히 누려 왔다. 저금리로 인해 풍부해진 유동성 덕에 전 세계 집값이 급등하고, 주가도 상승세를 보여 왔다. 이는 소비·투자 증가로 이어지며 2003년 이후 세계 경제 성장률이 매년 4~5%대를 기록하는, 유례없는 장기 호황을 이끌었다.

      그러나 자산가격의 지나친 상승이 인플레이션 압력을 높이자 미국 등 선진국이 금리를 올리며 돈줄을 죄기 시작했다. 이에 따라 분수 이상으로 빚을 끌어 쓴 미국의 주택 구입자들부터 탈이 나면서 급기야 세계적인 신용 경색 사태를 불러오기에 이른 것이다.

      전문가들은 이번 사태를, 세계 경제의 흐름이 ‘팽창’에서 ‘축소’ 사이클로 바뀌는 과정에서 나타나는, 불가피하게 치러야 할 ‘비용’의 성격이 짙다고 보고 있다.

    • ▲ 서브프라임 쇼크에 전세계 증시가 도미노처럼 쓰러졌다. 15일(현지시각) 미국 다우지수가 1만3000선 밑으로 떨어지자 뉴욕증권거래소의 트레이더들이 긴장된 표정으로 주가 움직임을 주시하고 있다. /AP연합뉴스

    • ◆돈의 힘으로 떠받친 호황

      그동안의 글로벌 유동성 잔치를 주도한 것은 앨런 그린스펀 전 미 연방준비제도이사회(FRB) 의장이었다. 그는 2000년 말 IT 버블 붕괴로 경제 성장률이 1%대로 곤두박질치자 경기 침체 탈출의 해법을 ‘저금리 정책’에서 찾았다. 그는 2001년 1월부터 불과 2년 반 사이에 미국의 정책금리를 연 6.50%에서 1.00%로 끌어내렸다. 다른 나라들도 미국의 금리 정책을 추종해 일제히 저금리 정책을 펴기 시작했다.

      이자율이 떨어지자 기업과 가계는 앞다퉈 빚을 내 부동산·주식 등에 투자하기 시작했다. 그 결과 나타난 과잉 유동성은 전 세계의 집값과 주가의 폭등을 유발했다. 미국의 집값은 2001년 이후 매년 5~9%씩 올랐고, 영국·프랑스의 집값은 거의 2~3배씩 올랐다. 주가도 폭등세를 보여 미국의 주가는 2001년 이후 50% 이상 뛰었다.

      하지만 유동성 팽창이 물가 상승 압력을 유발하자 미국은 2004년 6월 이후 금리 정책을 변경해 유동성 축소로 방향을 틀었다. 이후 금리를 17개월 연속 올리자 고금리의 서브프라임 모기지론 대출자들이, 늘어나는 이자를 감당할 수 없게 돼 파산하기 시작해 이번 서브프라임 사태의 발단이 됐다.

      ◆“유동성 잔치는 끝났다”

      전문가들은 이번 서브프라임 쇼크를 진화하기 위해 미국·영국·일본 등에서 일시적으로 유동성 긴축 정책을 잠시 접고 있지만, 이미 글로벌 금융기조는 긴축으로 돌아섰다고 분석하고 있다. 각국이 자산가격 버블을 방치할 수 없는 데다, 국제유가 급등 등으로 인플레이션 압력도 높아지고 있기 때문이다.


    • 문제는 글로벌 유동성 긴축이 다시 본격화할 경우 제2, 제3의 서브프라임 사태가 돌출할 수 있다는 점이다.

      한국경제연구원 배상근 박사는 “미국이 과도한 무역적자, 개도국의 과도한 무역수지 흑자 등 글로벌 불균형 문제 축소를 위해 다소의 부작용을 감안하더라도 계속 긴축 기조를 유지할 가능성이 있다”면서 “이 경우 미국발 세계 경제 둔화 현상이 본격화될 수도 있다”고 지적했다.

      현대경제연구원 유병규 본부장은 “서브프라임 사태는 과잉유동성에 기반한 세계 경제 장기 호황이 마무리되고, 세계 경제의 큰 흐름이 바뀌는 과정에서 나타난 현상”이라며 “(버블 형성과정에서) 잠복됐던 가장 취약한 부분부터 문제가 터지고 덜 취약한 부분으로 점차 확산되는 국면에 있다”고 진단했다.

      이번 쇼크가 미국 소비 침체를 가져올 경우, ①미국의 소비시장과 ②중국·인도의 저임금 노동력 ③산유국의 오일머니로 구성되는 세계 경제의 3각 엔진 구도가 무너지지 않을까 하는 우려도 제기되고 있다.

      서브프라임 모기지론 (subprime mortgage loan)

      신용도가 일정 기준 이하이거나 금융거래 기록이 없는 개인을 대상으로 한 미국의 주택담보대출. 한국의 비우량 주택담보대출에 해당된다. 프라임 모기지 보다 금리가 2~3%포인트 높고 주로 변동금리를 적용받는다.

      과잉 유동성

      유동성(流動性), 즉 통화량이 실물경제의 생산활동을 뒷받침하는 수준을 넘어서 시중에 자금이 지나치게 많이 풀린 상황을 뜻한다. 시중에 유동성이 너무 많으면 고수익을 좇는 투기활동이 확산돼 부동산·주식 등 자산 가격이 급등하는 부작용을 초래한다.

  • 수출↓·주가↓·집값↓ ‘3각 파도’ 휩싸일수도
  • ●‘세계적 돈줄 죄기’ 한국 경제 영향은… 원화 약세는 단기적 好材
  • 김홍수 기자 hongsu@chosun.com
    입력 : 2007.08.17 01:23
    • 서브프라임 사태에 따른 글로벌 신용경색은 단기적으로는 원화 환율이 올라가면서 수출기업에 오히려 호재(好材)로 작용하는 것처럼 보인다. 하지만 그 결과 미국 및 세계 경기(景氣)가 둔화되면 수출이 위축되고, 한국과 같은 수출주도형 경제는 직격탄을 맞을 수 있다.

      금융연구원 신용상 연구원은 “글로벌 금융긴축 강화에 따라 세계 경제가 둔화되고, 그것이 중국 경제에 파급될 경우, 대미 직접 수출뿐 아니라 중국을 통한 우회수출이 많은 한국 경제는 심각한 타격을 받게 될 것”이라고 우려했다.


    • 특히, 글로벌 신용경색 사태가 조기에 마무리되지 않고 장기화할 경우, 한국 경제는 부동산·금융·실물경제를 망라해 전면적인 침체 국면에 빠질 수도 있다.

      현대경제연구원 유병규 본부장은 “글로벌 긴축기조가 장기화되면 ①금리상승에 따른 국내 부동산 가격 급락 ②엔 투기자금의 한국 탈출(주가폭락) ③세계 경기 둔화에 따른 수출감소 등 3가지 악재가 동시에 돌출돼 한국 경제가 삼각파도에 휩싸일 수 있다”고 걱정했다. 반면 한국경제연구원 배상근 박사는 “글로벌 금융긴축으로 자산버블(거품)이 해소되고, 과도하게 공격적인 투자행태가 개선되는 등 세계 경제 안정을 위해 전화위복의 계기가 될 수도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