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강

험난한 神弓의 길

동봉 2008. 8. 16. 12:17

시위 당길 때마다 오차… 8점만 쏴도 '실수'
● 험난한 神弓의 길

70m 떨어진 10점 과녁 지름 12.2㎝
선수따라 활 강도·화살 길이 조정해야
성진혁 기자 jhsung@chosun.com

한국 양궁은 8점(10점 만점) 이하를 '실수발(失手發)'로 친다. 일대일로 싸우는 올림픽 개인전에선 단 12발의 화살로 승패를 가르기 때문에 기량이 높을수록 실수발을 줄이는 게 관건.

박경모는 남자 개인전 결승에서 결정적인 실수발 탓에 다 잡았던 금메달을 놓쳤다. 4엔드 두 번째 화살을 8점에 꽂아 1점 차 리드를 놓치고 동점을 내줬고, 이게 한 점 차 패배의 빌미가 됐다. 그는 64강전·32강전·16강전을 통과할 때까지는 36발을 쏘는 동안 8점 실수를 딱 세 번만 했다. 평균 점수는 113점(120점 만점)이 넘었다. 박경모는 후안 카를로스 스티븐스(쿠바)와 벌인 8강전에선 8점을 연속 세 발 쏘며 108점에 그치더니, 4강전에선 115점을 명중시키는 롤러코스터를 탔다. 이창환은 32강전에서 117점으로 올림픽 신기록을 세우며 기세를 올리더니 16강전에선 105점에 그치며 탈락했다.
▲ 15일 열린 베이징올 림픽 남자 양궁 개 인전 결승에서 아깝 게 은메달에 그친 박경모. 올림픽사진공동취재단

양궁 최강국인 한국 선수들의 점수가 이렇게 들쭉날쭉한 이유는 뭘까. 사람의 힘으로 활의 줄을 당겨 화살을 쏘는 양궁은 그만큼 어렵다. 기본기만큼이나 감각이 중요하다. 매번 10점을 기대하기는 무리다. 70m 떨어진 표적지의 10점(골드) 지름은 12.2㎝(점선 두께 포함)에 불과하다. 대표급 선수들은 평소 하루에 300발, 1년에 10만 발 이상을 쏜다. 이번 베이징올림픽에 출전한 우리 궁사들이 1차 예선부터 최종 평가전까지 실전에서 쏜 화살만 3600발이다.

대표선수들은 평소 훈련할 때 휴대용 단말기(PDA)로 자신이 쏜 화살의 점수와 위치를 꼼꼼하게 기록한다. 이 데이터를 컴퓨터로 옮긴 뒤 2004아테네올림픽을 전후해 만들어진 양궁종합관리 시스템으로 분석한다. 8점, 7점 등 특정 점수대의 실수발만 따로 불러내 '시착군(矢着群)'의 경향을 한눈에 보고 문제점을 파악한다. 과학적인 훈련으로 양궁의 모든 변수에 최대한 대비하지만 매 경기마다 생기는 감각의 차이가 실수를 부른다.

양궁은 기본기부터 만만치 않다. 총으로 하는 사격은 가늠쇠와 가늠자를 표적에 정렬해 영점(零點)을 쉽게 잡는 반면, 양궁의 활은 조준기(사이트 핀·sight pin)가 하나뿐이라 감을 잡기가 훨씬 어렵다. 화약의 힘으로 날아가는 총알과는 달리 화살은 사람이 줄을 당겼다가 놓으면서 날려야 하므로 '슈팅' 자체의 정확도가 떨어진다. 손가락으로 줄을 당기는 동작엔 매번 미세한 오차가 생긴다. 게다가 손가락을 떼는 순간 줄이 탄성에 의해 흔들리고, 화살도 똑바로 나가지 못하고 좌우로 휘청거린다. 이를 '궁사의 패러독스(archer's paradox)'라고 한다. 화살의 무게 중심이 앞에 있어 가벼운 뒤쪽이 더 흔들린다. 그래서 화살 끝에 깃을 단다. 깃은 화살의 회전을 일정하게 하는 자이로(gyro) 효과를 내고, 공기 저항을 받으면서 구부러져 있는 화살이 펴지도록 돕는다.

활을 당기는 힘과 화살의 강도가 조화를 이뤄야 '궁사의 패러독스'를 효율적으로 제어할 수 있다. 선수의 체격이나 힘에 따라 활과 화살의 종류 역시 제각각이라 그 특성에 맞게 활의 강도를 조절하고 화살의 길이를 조정해야 한다. 이것이 튜닝(tuning)이다. 20여 년간 세계 정상을 지켜온 한국의 지도자와 선수들은 튜닝 기법의 노하우도 단연 뛰어나다. 그러나 한국 지도자들이 세계 곳곳으로 펴져나가면서 뛰어난 실력을 갖춘 외국 선수들이 늘어나고 있다. 이번 베이징올림픽 양궁 종목에 참가한 49개국 가운데 한국인 사령탑이 13명이었다. 세계 정상은 오르기보다 지키기가 어렵다. 결국은 한 발 싸움이다.

멀리서 보면 점… 오직 훈련과 感으로


양궁 표적 한가운데에 있는 10점 과녁의 지름은 12.2㎝. 표적 전체가 지름 1m22의 원이므로, 10점 과녁은 전체 면적의 1%밖에 되지 않는다. 선수들은 70m 지점에서 이 10점 과녁에 화살을 꽂아야 한다. 선수들은 "아무리 눈이 좋아도 10점 과녁은 희미하다. 끝없는 연습으로 감각을 익히는 수밖에 없다"고 말한다.

선수들은 정신을 완전히 집중하고 활을 쏘기 때문에 릴리스 순간에 소음을 내지 않는 것이 기본 관전 매너. 따라서 양궁장에선 북이나 꽹과리 같은 응원 도구를 쓰면 안 된다. 일부 중국 관중은 이번 대회에서 호루라기를 불다가 진행 요원들에게 빼앗기기도 했다.